보일러 배관이나 수도관 등이 파손되어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로 인한 배상책임이 임대인과 임차인 가운데 누구에게 있는지 자주 문제되곤 합니다. 동파로 인한 피해의 범위가 임차된 목적물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나, 근처에 있는 다른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물이 침투하여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 피해 금액이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임대인 쪽에서는 임차인에게, 임차인은 그 반대로 임대인에게 책임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실제 동파로 인한 배상 책임은 임대인, 임차인 누구에게 전적으로 귀착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임대차 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이 임대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 또는 기본적 설비부분을 이루는 시설의 파손 또는 장해에 대해서는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있으나,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그 사용, 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수선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대 목적물은 임차인의 관리 하에 사용, 수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임차인이 그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관한 민법 제623조는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당사자가 특약으로 얼마든지 다르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서에서 시설의 파손, 장해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명시한 경우, 그에 따라 책임이 귀속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파로 인한 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 우선 임대차 계약서에서 수선의무에 관한 특약에 관하여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여야 하고, 임차인에게 피해 발생의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련하여, 수도관, 보일러가 동파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시설 노후로 인한 것인지)를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동파된 시설의 위치이 목적물의 주요 구성부분, 기본적인 설비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고와 관련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임차인과 임대인 간에 적정한 책임 비율을 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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